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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11:15:19  |  조회수 : 243  |  작성자: 지역혁신팀  |  정보공유_도서리뷰

도시기획자들 - 그들의 감각, 사유, 행동

 

 

[도서 리뷰] 도시기획자들 - 그들의 감각, 사유, 행동


 

「도시기획자들」┃소란(케이앤피북스)



 

살기도 힘들지만 떠나기도 힘든 곳

- 베르톨트 브레히트


 

도시는 양면성을 지닌 곳입니다. “인류가 거둔 모든 성취와 인류가 겪은 모든 실패가 도시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는 도시의 풍요를 한가득 누리지만, 다른 누구는 도시에 실망하다 못해 도시를 떠나기도 합니다. 귀촌, 귀농이라는 단어가 적잖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책 『도시기획자들』은 도시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도시를 사랑한 도시기획자 7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책 속 도시기획자들은, ‘도시기획자’라는 하나의 범주에 묶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릅니다. 나이가 다르고, 관심 분야가 다르고, 활동 지역이 다르지요. 우연히 공통점이 있다 해도, 각자 살아온 삶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사유합니다. 도시기획자 하나하나만 살펴보면 ‘도시기획자는 무엇이다’라고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공공성과 도시재생이 더욱 회자되는 지금, 도시기획자의 보편적 특성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기획자들』 속 인터뷰를 나누고 다시 묶어, “도시기획자는 어떻게 감각하고, 사유하고,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도시기획에 관심 있는 창업가나 청년들이 애매모호한 도시기획의 세계에 보다 정확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말이죠.



 

I. 도시기획자는 도시를 욕망한다


 

아, 사람 냄새 나는 이런 좋은 것을 우리 삶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 김병수


 

제14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포스터

(출처: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홈페이지 http://wowbookfest.com/)

 

도시를 향유한다

 

도시기획자는 기획자이기에 앞서 한 명의 시민입니다. 그들은 늘 도시에서 머물며, 누구보다 더욱 도시를 향유합니다. 2005년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기획해 지금까지 운영하는 이채관 도시기획자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도시를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끊임없는 기획, 운영으로 숨이 가쁠 때, 그는 “서울의 수많은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고궁 등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지역활성화센터를 운영하는 오형은 도시기획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기획자로서 “영감을 받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전시회에 다니고 책도 손에 들리는 대로 읽는다.”고 합니다. 이채관은 서울의 문화 자원을 ‘도시가 준 선물’이라고도 말했지요.

 

도시를 향유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욕망을 다시 발견하는 도시기획자도 있습니다. 2001년부터 10년 동안 홍대클럽데이를 이끈 최정한 도시기획자가 그렇습니다. 최정한 기획자는 홍대 문화를 접하기 전까지, “늘 사회적 관계와 명분에 얽매여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탈과 자유를 꿈꾸는 자기 안의 이중성을 어찌하지 못했다.”고도 했지요. 그러던 그는 홍대 문화를 만나 “결코 사라진 게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엄연히 존재하는” 감성과 욕망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최정한 기획자가 향후 10년 홍대클럽데이를 이끌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으로 새로운 도시를 그려낸다

 

도시기획자는 도시를 욕망하는 사람입니다. 도시의 문화, 도시의 숲, 도시의 자유, 도시의 감수성, 도시의 미술 등 다양한 성격과 층위의 대상을 욕망합니다. 그들은 홀로 욕망을 충족하는 데에 만족하지 못하고, 도시 속에 구현하려 합니다.

 

이채관 도시기획자는 새로운 도시 문화를 욕망했습니다. 영국에서 3년간 문화연구,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그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망이 컸습니다. 결국 다른 친구 둘과 함께 (주)시월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기존의 80년대 선배들이 했던 마당놀이나 민중 미술 같은 저항문화 양상과는 다른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 내고자” 했습니다.

 

이강오 도시기획자는 어떨까요? 그는 한국에서 숲 전문가로 입지를 다져 갈 무렵, ‘서울그린트러스트’라는 비영리 민간재단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마침 필리핀 유학을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이강오 기획자는 노원구 불암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저 땅(노원구, 도봉구)에 나무를 심어 「잭과 콩나무」 동화처럼 마구 자라는 상상”을 합니다. 그는 결국 도시 숲에 대한 욕망에 따라 서울그린트러스트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서울숲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이처럼 도시기획자는 그 누구보다, 도시를 향유하고 욕망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욕망을 발판 삼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축제(서울와우북페스티벌), 혹은 전혀 새로운 공간(서울숲)을 만들어,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 버리는 사람입니다.



 

II. 도시기획자는 현장에서 사유한다


 

답은 머릿속에도 책에도 있지 않고 오직 그 현장에만 있습니다.

- 오형은


 

책상이 아닌 거리로

 

도시기획자는 현장에 머무는 사람입니다. 그들에게 책상은 흥미로운 공간이 아닙니다. 공공미술프리즘 대표 유다희 도시기획자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로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자신의 “넘치는 끼를 펼치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에 갤러리는 너무 도도하고 비좁았다.”고 회상합니다. 예술의 사회적 쓰임을 궁리하던 그는 결국 갤러리를 박차고 거리로 나오게 됐습니다.

 

이강오 도시기획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에 이끌려 임학과에 진학했지만, 그는 대학원에서 하는 정부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열대림 공부하는 현장에 한번 가봐야지?”라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선배의 말에 곧바로 필리핀으로 떠났습니다. 향후 한국에 돌아와 박사과정을 이수할 때도, “오로지 현장만 다니면서 공부하겠습니다.”라며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현장에서 관찰하고 사유한다

 

때로는 흥미 때문에, 때로는 현실 때문에 도시기획자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현장의 소리를 직접 귀담아듣고, 현장의 사람과 사물을 직접 바라봤습니다. 2007년, 오형은 도시기획자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원 못골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그는 “지역 커뮤니티는 그곳에 살고 있는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인들이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장에서 상인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들이 시장 상인으로서 즐거움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초기 아이디어도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2005년 이채관 기획자는 어느 도서전에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전시장 풍경은 몹시 단조로웠고, 책들이 할인행사 속에서 일개 상품처럼 무표정하게 팔리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 풍경을 보며, “대중이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만날 수는 없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탄생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도시기획자는 머릿속에서 곧바로 찾지 않았습니다. 사회적기업 이음 대표 김병수는 2002년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명소로서의 기품과 주거공간의 편의를 동시에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3개월 가까이 이 집 저 집 돌아다녔습니다. 단서 하나를 찾기 위해서 엄청나게 걷고 답사하고 파고들며 실마리를 찾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도시기획자는 스스로 익숙하고 편한 답을 거부합니다. 대신 현장에서 관찰하고 사유한 것을 바탕으로 답을 찾습니다. 현장에서 온몸으로 감각하고, 사유하면서요.

 

현장에 머물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사유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다희 도시기획자는 2003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초등학교 교장을 만나, 부모 없이 가난에 놓인 어린이들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가난에 방치된 아이들, 제대로 된 놀이공간조차 없는 아이들이 안쓰럽고 속상했다.”고 생각한 그는, “어른으로서 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공공미술에 대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III. 도시기획자는 참으며 기다린다

 

도시기획은 기다리는 일입니다. 어떤 풀씨는 죽어 버리고 어떤 풀씨는 살아나고. 곳곳에 가능성들을 던져 놓고 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 최정한


 

순탄한 시작이란 없다

 

도시기획자에게 퇴짜는 익숙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느 도시기획자도 순탄하게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수없이 발품을 팔고 홍보를 해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시절이 한 번쯤은 있었습니다. 유다희 기획자는 프리즘을 창업했을 때, 카페에 전시를 요청하러 다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습니다. 시민참여 벽화 프로젝트 때도 비슷했습니다. “일주일 간 하루에 60통씩 경기도 내 공공기관과 단체들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고 말합니다. 나중에 직원도 뽑고, 사업자등록증도 냈지만,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어디를 가나 잡상인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역활성화센터 대표 오형은 도시기획자도 비슷한 경험을 꺼내놓습니다. 경북 성주 중기마을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경상도 지역 특유의 유교적인 가부장 문화가 강고한 중기마을은 오형은 기획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시골 어르신들은 처음 두세 달은 아예 상대를 안 해주었을 뿐더러, 자잘한 잡일까지 시키고는 했습니다.


 

버티는 것, 가장 중요한 능력

 

끊임없는 퇴짜와 좌절 때문일까요, 도시기획자는 하나같이 ‘뚝심’을 강조합니다. 유다희 기획자는 공공미술 프리즘을 10년 넘도록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기획이 “겉보기의 화려함과 달리 고된 일”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겉의 화려함에 이끌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혹은 비관적으로 생각하다가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입니다. 오형은 기획자는 ‘인내’를 강조합니다. 도시기획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자신은 그럴 때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주)시월을 친구와 창업했지만, 홀로 운영했던 이채관 기획자의 조언은 더욱 비장합니다. 그는 도시기획을 “좌절을 견디는 일”이라고 합니다. 젊은이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도시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고 하면서요. 그러나 그 과정은 무척 값어치가 있다고 부연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버티는 것은 굉장한 자원이며, 그것이 축적되는 순간 “자신이 끌고 왔던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싹이 돋아날 때까지

 

“곳곳에 가능성을 던져놓고 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최정한 기획자는 시간을 버티면서 뿌린 가능성들을 싹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은유처럼, 다른 도시기획자들도 계속 버티다 보면 싹은 반드시 돋아난다고, 다시 말해 기회가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가장 전통적이고 무겁고 엄숙한 공간 향교에서 인디밴드 공연을 해보면 어떨까?” 다소 발칙한 이 상상은 김병수 기획자가 6개월 동안 향교 어르신들과 같이 밥을 먹고 지내며 그 공간의 새로운 양식을 실험하는 일에 동의를 구하면서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오형은 도시기획자는 ‘불평불만합창단’을 만들기 위해, 약 7개월 동안 못골시장 여성 상인 개개인을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던 여성 상인 합창단을 기어이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일이 꼬일 대로 꼬여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계속해서 버티면서 말이죠.


 

(출처: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도시는 여전히 살기도 힘들지만 떠나기도 힘든 곳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도시 곳곳에 존재합니다. 주거,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분야 안에서 혹은 다양한 분야를 걸쳐서 말이죠. “우리는 도시기획자가 아니라 ‘도시(에 사는) 기획자’라는 진지한 농담”에서 볼 수 있듯, 도시기획자가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도시기획자는 도시의 풍경 일부를 조금씩 바꿉니다.

 

그들은 도시를 강하게 욕망하는 주체로서 새로운 도시를 상상합니다. 그리고 현장 속에서 감각, 사유하며 도시기획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합니다. 나아가 끊임없이 인내하며, 자신이 상상한 풍경을 현실 속 풍경에 덧씌웁니다. 그렇게 도시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면 도시는 여전히 살기 힘든 곳이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오형은 도시기획자가 고백했듯, 도시기획은 “어렵고 답답한 일”, “막연히 좋아 보여서 시작하면 백전백패” 하는 일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시기획은, 그렇기에 더욱 가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살기 힘든 도시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떠나기 힘든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로 바꾸는 도시기획의 매력. 그래서 지금도 도시기획자들은 도시 속에서 아등바등하며 새로운 도시를 상상하는 건 아닐까요?

 

 

글  허석영
기획·편집  허석영, 김인경
교정·교열  윤정아
발행  어떤생각이든 연구소
총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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