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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아카이브

 

2019-12-16 23:19:36  |  조회수 : 2,125  |  작성자: 지역혁신팀  |  정보공유_인터뷰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다 - 제주 한국리노베링 이승민 대표

 

일본은 많은 영역에서 우리나라보다 20~30년 정도 앞서갑니다. 이는 성장뿐 아니라 쇠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일본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역재생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과거 일본의 지역재생은 정부 차원의 지원 사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사례들은 민간 중심의,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것들입니다. 한 가지 예로 간사이 지방에서 400년 역사를 지닌 사사야마라는 마을의 ‘닛포니아 호텔’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민간 스타트업 ‘노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20채 정도 되는 고택을 객실, 식당, 잡화점 등으로 구성해서 마을 전체에 띄엄띄엄 ‘분산호텔'을 만든 것입니다. 본래 법률상 객실이 분리되어 있을 경우 하나의 숙박시설로 인정받지 못하나,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가 해당 지역을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하고 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민간이 주체가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잘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일본 ‘리노베링’에서 활동하던 이승민 대표는 이처럼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자생력 있는 모델을 한국에 전파하기 위해 제주에 정착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담담하고 강한 눈빛에서 의지와 신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민 대표는 도시를 “경영한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는 책임감을 갖고 도시를 깊숙이, 세세하게, 인간적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신념으로 들렸습니다.



 

“일본에서는 야모리 회사,

미국에서는 지역관리회사라고 해요. 

우리나라로 치면 이장님이 기업이 되는 거예요.”



 

‘리노베링’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리노베링은 원래 일본 회사예요. 도시와 지역의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합니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사업은 리노베이션 스쿨이고, 그 외에도 도시재생 관련 정책 구상이나 컨설팅, 행사 등을 해요. ‘한국리노베링’은 작년 5월에 ‘리노베이션 스쿨 제주’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도시의 문제를 파악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해서 솔루션을 내놓는 일을 해요. 1년 동안 리서치하고, 테마를 잡고, 전문가도 부르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오픈 라운드 테이블 형식의 행사를 반복적으로 합니다. 그걸 다 담아서 정책을 만드는 거예요.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을 할 때도 있고, 문제의식과 의지가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이들은 굉장히 수가 적고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굉장히 포괄적이고 다양한데, 현지인들을 엮어서 양성하고 자립할 수 있게끔 돕는 회사라고 보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실천하고 계신 도시재생의 기본 개념으로 '야모리'를 언급하셨는데,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야모리'는 일본 에도시대에 있던 직업인데, 집 가(家)에 지킬 수(守) 자를 써요. 일종의 집사 같은 건데 집이 아니라 마을 단위를 관리하는 직업인 거죠. 

 

시골에 가면 계신 이장님이 생각나네요. 동네 이모저모를 돌보시는.

에도시대에도 도시가 발달하면서 부재지주(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지주)들이 생겨났어요. 땅 주인들이 외부에서 세를 주고 관리를 맡겼는데 그들이 야모리예요. 야모리는 땅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동네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고, 일이 없어서 세를 못 내면 일자리를 알선해주기도 했죠. 당시에는 행정기능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자치 조직이 필요했는데 야모리들이 반쯤은 공공업무를 본 거예요. 근대화가 되면서 공공기관이나 부동산으로 야모리의 일이 분업화되었지만 다시 빈집이 많아지게 되면서 현대판 야모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야모리 회사라는 개념이 생겼죠. 미국에서는 지역관리회사라고 해요. 말씀하신 이장님이 기업이 되는 거예요.  

보통 산업이 쇠퇴하면 지역이 쇠퇴하는데, 빈집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고 환경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떠나는 게 문제예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의 씨앗을 심어야 하는데, 그러면 창업이 필요해지죠. 공간 자원을 활용하는 부분에서는 부동산적인 역할이 필요해지고요. 이걸 다 합친 것이 야모리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판 야모리를 떠올리신 이유는 그 역할이 앞으로의 도시재생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셨기 때문이군요.

야모리가 전에 없던 특수한 단체인 건 아니에요. 기존의 조직과 가장 큰 차이점은 회사가 되어서 자립하자는 것입니다. 중간에서 관리하는 조직들은 아주 많아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관의 예산을 받아서 대행하면 형식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일본 역시 20~30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지만 그런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결국은 자립해야 하는데 수익을 내야 하니 법인 조직을 만들자, 그런데 법인은 부담스러우니 팀을 꾸리자, 하는 식으로 발전해가고 있어요.

 

그런 형태를 구체적으로 잘 보여준 사례가 있다면요?

지역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아타미'라고 도쿄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온천마을이 있어요. 버블경제기 때 리조트 도시로 컸다가 쇠퇴해서 인적이 뜸해졌죠. 그러다 한 청년이 야모리 육성 스쿨을 통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어요. 알음알음 사람들을 모아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디지털 노마드 문화가 대세가 되면서 주중에는 도쿄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아타미에서 일하거나 쉬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덕분에 창업지원사업도 생겨나고 지역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경우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야모리라고 보면 돼요. 

아주 큰 스케일의 사례로는 일본의 한 농촌 지역 전체를 개발하다시피 한 적이 있습니다. 도서관을 지었는데, 사실 도서관은 서적을 구비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올수록 돈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사람을 모으는 힘이 강한 공간이기에 지역 특산품 가게를 함께 운영하면서 순환구조를 만들었어요.

 

 

리노베이션 스쿨의 산·관·학 연계 체계

(출처 : ‘세계도시정보 UBIN, 이승민 역, 德田光弘, 嶋田洋平, 2013. 137-138.)

 

리노베이션 스쿨의 4일간 커리큘럼 개념도 

(출처 : ‘세계도시정보 UBIN, Renovation School Annual Report 2013, renomachi.com.



 

“우리는 큰 그림을 그리지만 시작은 작게 해요.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게 리노베이션 스쿨이죠.”



 

리노베이션 스쿨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어떤 일인지 궁금합니다.

도시재생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시선을 제공하는 것이 리노베이션 스쿨입니다. 소득, 인구 감소의 시대, 지방이 쇠퇴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역 내 경제 순환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어요. 지역자원으로 생산하여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활용해서 외부 자금을 유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상업적이고 사업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운영합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일본에서 개발하는 주택 문제를 들 수 있어요. 보통 아파트는 단열 시설이 좋지만 주택은 상대적으로 열악해요. 추운 겨울에 노인들이 씻고 나와서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죠. 다르게 보면 집의 단열성만 높여도 의료비나 고령자들의 건강 문제가 같이 해결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단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지역의 중소 건설사들이 저렴하게 공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죠. 그래서 건설사들에게 관련된 교육을 시키고, 수주하는 과정을 도와서 순환구조를 만듭니다. 이런 구조를 찾아서 하나하나 교육하는 거예요.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것, 개인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지역 전문가와 사업가들을 엮는 일이 정말 중요하겠어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절대 쉽지 않아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한눈에 성과가 보이는 일이 아닌데 대상들의 연령대는 대체적으로 높죠. 그래서 지역 문화와 정서를 잘 파악해야 해요.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게 리노베이션 스쿨이죠. 우리는 큰 그림을 그리지만 시작은 작게 해요.

 

말씀하신 대로 큰 목표에 비해 작은 스케일로 시작하는 일입니다. 이런 방식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면요?

스쿨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 전에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보려고 합니다.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리노베이션 스쿨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나요?

3-4일 정도 진행해요. 어느 지역에서 스쿨을 할지 먼저 정하는데, 대부분은 사람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곳을 고릅니다. 임대료가 낮은 곳, 건물주들이 곤란할 것 같은 곳, 다시 말해 니즈가 있는 곳이죠. 건물주들을 찾아서 취지를 설명한 후 건물 제공을 요청드려요. 또 스쿨에 참여해서 인터뷰도 해주시고 참가자들의 발표도 들어주시기로 해요. 스쿨 기간 동안 참가자들이 사업기획안을 발표하고 그 자리에서 건물주들이 결정하는 형식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지역과 건물을 보고 향후 계획을 다지는 거예요. 

 

생각보다 아주 압축되어 있네요.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몰입도가 아주 높아요.

 

건물주가 개입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보통은 공간을 빌려주고 세를 받는 수동적인 역할인데.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최근에 투자용으로 매매한 건물은 피해요. 그런 곳은 비어있을 확률이 가장 높지만 목적에서 벗어나거든요. 그보다는 오랫동안 그곳에서 일하고 자식도 키우며 살아오신, 지역에 애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좋습니다.

 

스쿨을 찾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직업적으로 도시재생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창업이나 해당 지역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 돌아갈 기회를 찾는 사람들, 아니면 단순히 그 지역이 좋은 사람들이죠.

 

특히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대상들이 있나요?

그런 것보다는 디자인, 건축, 콘텐츠,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신경 써요. 한 팀이 되어서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같이 하나의 사업체가 될 수도 있고, 원하는 사람들끼리 남아서 할 수도 있고요. 그 선은 저희가 정해주는 경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이 후속 과정을 돕는 경우, 팀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경우 등 다양합니다. 스쿨은 건물주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까지예요. 행사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진짜 사업체를 만드는 일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시간과 입장을 정리해서 연결되면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 일은 시스템보다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도시재생은 정부 차원에서 많이 이루어지던 일인데, 민간으로 주체가 옮겨가는 것이 중요할까요?

일본에서 잘되는 지역을 살펴보면 민간이 하는 곳이 많아요. 특히 지역 기반 중소기업들이 펀드를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하거나, 자기의 건물을 활용할 때 그래요. 우리나라는 아직 민간에서 뭘 하면 부동산 투기로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문화적이나 사회적으로 아직 접근이 좀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어려운 곳들이 많아요. 그런 곳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일이 필요하죠.

 

민간이 하면 태도가 달라서일까요? 아니면 지역이나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서?

일단 관이 하면 재미가 없어요. 시장성이 있으려면 시장이 원하는 것에 맞춰야 하는데 관이 하면 지루하고 형식적이고 뒤쳐져요. 답습도 많이 하고요. 민첩하고 예민한 감각은 민간이 갖고 있죠.

 

자립과 민간, 지속가능성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사업을 잘 해야 하죠. 부업을 해도 되고요. 사실 대부분 야모리 회사는 부업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것 자체로 큰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하기 위한 부분도 있거든요.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시작 단계의 일이라서 그렇기도 한데, 어쨌든 그렇게 하면 망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창업해서 투자받고 대박 내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죠. 

 

일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는 지점인 것 같네요.

공동 비즈니스로 생각해도 좋아요. 사업체가 서너 개 정도 모여 있으면 안정적이에요. 가장 좋은 사례로 '기타큐슈'라는 곳이 있습니다. 건물주들이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사신 분들이라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그냥 좋아서 가게를 낸 사람도 있고요. 느슨하지만 한달에 한 번 다 같이 마을 청소를 한다든가 해요. 공동체이기 때문에 트러블도 있긴 하지만요.


 

일본의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리노베이션 스쿨 (사진 출처 : 리노베링 페이스북)


 

도시재생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협업 문화가 덜 성숙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과 건물주, 사업자 사이에 신뢰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은 이 삼박자가 맞아야 되거든요. 일본의 지방도시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것도 한몫해요. 공무원이지만 밭일도 하고 건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 가지 입장을 다 이해하는 거죠. 그런 경우는 너무 안에만 몰입하지 않고 바깥의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면 알아서 돌아가는 경우가 있어요. 항상 관과 관련된 사람들만 만나니 어떤 사람들과 만나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요. 젊은 사람들이 더 유능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개념을 스쿨을 통해 터주곤 해요. 이 일은 시스템보다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업적 관계는 좀 건조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한 편이에요. 사업하다가 잘 안 맞으면 갈라설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많이 어려워하죠. 물론 일본이라 이렇다, 한국이라 저렇다고 말할 순 없어요. 지역마다 문화가 달라서 자세히 관찰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도시재생은 어떤 차별점을 두고 이루어져야 할까요?

현지화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차피 다 달라요. 일본에서도 거의 50개 지역에서 하고 있는데 다 다르거든요.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들도 예상 가능한 부분이고요. 그런데 그걸 이해시키는 부분은 좀 어려워요. 사업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한데 지역분들이나 공무원들은 싫어하니까. 그래서 그냥 하려고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재미있게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만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리노베링’이 국내에서 진행하고 계신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나요?

선례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리노베이션 스쿨 제주’에서 나온 계획을 건물주가 마음에 들어 해요. 탑동에 있는 태경모텔 뒤에 옛날 제주가옥이 있는데 건물주가 유명한 해녀이셔서 그 스토리를 살리는 F&B 사업입니다. 하지만 참가자들 연령대도 어리고 선뜻 투자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먼저 뛰어들기보다 누군가가 행동을 하면 기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원만 하기보다는 저도 참여해서 같이 해보려고요.

부산은 사회적경제과에서 공유경제 사업을 많이 미는데, 빈집을 공유자원으로 활용하는 스쿨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진행했어요. 구포시장이 있는 지역인데 계획이 잘 나와서 다른 관계 부처와 공유하는 행사를 만들고 있어요.



 

“여성이 행복할 수 있으면 그 지역은 성공한다고 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저출산에 대한 기사를 봅니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도시재생의 방향은 무엇일까요?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꼭 좋은 건 아니에요.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의 문제인데, 우선 지역에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지방이 보수적이기 때문이고 누군가는 그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지역재생에 여성이 매우 중요한데, 여성이 행복할 수 있으면 그 지역은 성공한다고 봅니다. 정말로요. 일본의 유닛마스터 중에 싱글맘이 있어요. 디저트 만드는 일을 하는데 초콜릿이 팔리지 않는 여름에는 가게를 닫고 딸과 함께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요. 그렇게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분도 있고, 아기를 데리고 와서 일하시는 마스터도 있고요. 그런 분들 덕에 엄마들이 스쿨에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어요. 여성은 잠재자원입니다. 전업주부들 중에 능력자가 정말 많아요.

 

한편 도시재생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오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서울에서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지만 지방 같은 경우는 지금보다 더 올라야 해요. 땅값이 오른다는 것은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구역을 제정해서 지역에서 나온 수익의 일부분은 그 지역에 재투자를 한다든지 하는 식의 제도를 만들 수도 있어요. 한 가지 사례로 미국에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역 정비에 선투자하는 제도가 있어요. 금액은 투자했을 때 지역이 얼마나 성장할지 세금을 계산해서 정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1차적인 이익은 지주들이 가져가요. 지주들이 동의해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주들의 투자가 자산 가치에도 반영되고 지역에도 좋다는 걸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죠. 개인들은 당연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데, 그 방향이 공공의 방향과 조금이라도 일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현 상황에서 도입하려면 건물주가 끌릴 만한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대기업 진출 불가, 월세 동결 같은 강압적인 시도가 많았어요.

제도 자체가 탑다운으로 만들어져서 그래요. 한 켠에서 연구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도들은 지역 상황에 맞추지 않죠. 이제 일본에서는 그런 식의 정책이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서들이 생겨서 좋은 사례들을 소개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여요. 

 

사실 지방에서 살아도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쉽게 이주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여성과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야 모두에게 살기 좋다고 하는 겁니다. 도로나 대중교통 인프라 같은 것에 더 투자해야 하는데, 도시재생 한다고 하면 창업이나 건물 매입 등에 예산이 쓰이잖아요. 방향이 안 맞는 거예요. 서울에서는 유효할 수도 있지만 지역은 그보다 더 기본적인 것에 투자해야 해요.


 

제주에서 리노베이션 스쿨을 진행하고 있는 이승민 대표 (사진 제공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2018년 제2회 리노베이션 스쿨 in jeju (사진 제공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유튜브 현장 스케치 영상 캡처)


 

‘한국리노베링’ 거점을 제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리노베이션 스쿨을 진행하기 위해 제주에 온 것이 계기가 됐어요. 한국에서 일본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어서 리노베링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센터장님이 좋게 보시고 일본에 벤치마킹하러 직접 오셨었어요. 보통은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리노베이션 스쿨의 오리지널 방식으로 제주에서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셔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갑자기 제주에 자리잡게 된 거예요.

 

제주에 오신 지 1년 정도 되셨다고요. 대표님 입장에서 제주는 어떤 지역인가요?

제주는 살기 좋은 곳인 것 같아요. 교통도 편하고, 제주공항이 유일하게 전국 모든 지방 공항들과 연결되어 있어요. 이 일을 하기에는 최적이죠. 폐쇄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주에서 3대 이상 살아온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좋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오랜 시간 정착해서 살았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깊은 애착이 있어요. 그렇게 쌓아온 문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큰 벽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분들과 생각이 잘 맞으면 지속가능성도 높아요.

 

제주 역시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다양한 이슈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관광객은 2016~2017년이 피크였고 다시 줄어들고 있는 추세예요.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어요. 인구는 역시나 제주시에 몰리고, 서귀포 같은 지역은 계속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가 정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트램을 개발한다든지요. 차 없이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갈 수 있도록이요. 그리고 밥값이 너무 비싸요. 관광지라 그렇기도 하지만 물자를 들여오는 것부터 비싸서 물가가 높아요. 생활물가가 높으니 지역에 자리잡기가 부담스럽죠. 개발이 많이 된 지역이지만 소득수준도 별로 높지 않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국내에서 하실 일들이 많겠어요.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정치적이고 정책적인 용어라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리노베이션 스쿨도 좋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통일시켜서 시민들과 공유하고 우리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래서 경영이라는 말이 잘 맞는 것 같고요. 도시계획의 기존 방식은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시장이나 전문가라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으로 넘어오면 개개인들의 움직임이 중요해져요. 개개인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려면 비전이 중요하고요. 따라서 지역의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처럼 비전을 제시하고 액션플랜을 짜는 일들을 앞으로 더 해나가고 싶어요. 

 

 

 

‘리노베링’이 지향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맞춤형 서비스와도 같아 보입니다. 함께하는 사람과 지역 문화에 따라 형식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이승민 대표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전문 지식 외에도 순발력과 적응력 및 소통 능력 등이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험이 가장 중요한 일이죠. 

단열로 해결할 수 있는 노인 문제, 여성의 참여로 해결하는 도시 문제 등 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답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고 얼마나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관건이죠. 당장 대단한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 인내심을 갖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봅니다.


 

글·사진  서호영(룬아)

편집  김인경(라임)

교정·교열  윤정아

발행  노마드 시티

총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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