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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아카이브

 

2019-01-11 17:08:10  |  조회수 : 1,349  |  작성자: 지역혁신팀  |  정보공유_국내외사례

지역 창고의 재탄생 - 동부창고, 청춘창고, 돌창고 프로젝트

[국내 사례]

지역 창고의 재탄생 - 동부창고, 청춘창고, 돌창고 프로젝트

 

창고,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면서 각 지역 원도심에 방치되었던 공장, 병원, 여관과 같은 낡은 건물들이 카페, 미술관 등 다양한 용도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래된 창고는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고는 본래 물건을 저장하고 보관하기 위한, 그 어떤 공간보다 외부인의 출입에 예민한 ‘닫힌’ 공간이었지요. 하지만 새롭게 개조된 창고들은 동네 주민뿐 아니라 멀리서 오는 여행자들의 방문을 환영하고, 활발한 문화예술 교류까지 일어나는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창고 재생 사례로는 서울 성수동의 갤러리카페 ‘대림창고’(1970년대 공장 부자재 창고), 대만 가오슝의 ‘보얼 예술 특구’(1970년대 항구 물류창고단지), 일본 요코하마의 문화상업시설 ‘아카렌가 창고’(1911~1989, 세관 창고), 영국 브리스톨의 미디어아트센터 ‘워터셰드’(19세기 말 항구 창고)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천항의 폐곡물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인천광역시의 ‘상상플랫폼’ 사업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역 창고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생태계

창고의 매력적인 변신은 반가운 일이지만 도시재생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선진 사례를 모방하는 진부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 공간이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건물을 편리하고 아름답게 개조하는 ‘물리적 재생’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가 결성되거나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결된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래에 소개할 사례들은 지역 자원을 비료 삼아 새로운 가치를 피워내고 있는,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창고라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놀이터, 청주 <동부창고>

 

(사진 출처 :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korean.visitkorea.or.kr)

 

동부창고는 1946년에 세워진 담배공장(청주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보관창고였습니다. 한때 3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는 청주 경제의 중심지였으나 KT&G가 공장을 이전하기로 하면서 2004년 완전히 문을 닫게 됩니다. 그 후 10여 년간 원도심의 흉물로 방치되어온 폐창고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청주시민들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2015년 10월 개관한 동부창고는 총 7개의 동이 남아있는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성보다 공공성을 택했습니다.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 사업,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과 동호회 지원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부창고는 점유가 아닌, 공유 개념으로 운영한다는 게 제1원칙이다.

특정 예술인이나 단체가 점유하는 곳이 아니란 뜻이다.

 

수익을 바랐다면 동부창고에 원래대로 아파트를 짓는 게 나았을 거다.

동부창고가 가진 역사적인 가치, 청주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생각해 보라.

 

-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박종명 연구원 인터뷰 중

(출처 : 서울신문 2018.10.08 문화로 거듭난 공간 -“쓰임새가 모두 다른 7개동… 점유 아닌 공유 공간으로 운영”)

 

가장 먼저 오픈한 34동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주로 목공예와 요리 클래스가 열리며 시민들의 모임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공연예술 연습공간’인 35동에는 다양한 크기의 연습실이 갖춰져 있어 지역 예술가와 동아리, 학생들이 이용하기 편리합니다.

 

2017년 ‘청주생활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36동은 보다 본격적인 문화센터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동부창고의 변화 과정을 전시한 ‘아카이브 로드’, 청주 동네 서점 4곳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책 골목길’ 등이 있으며, 소잉, 핸드드립 커피, K-POP댄스 등 트렌드를 반영한 소규모 클래스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청주의 다양한 생활문화동호회를 발굴하는 프로그램 <동.창.생 모여라!>, 원도심 문제 해결을 위한 거주민 교류 프로그램 <안덕벌, 문화가 잇는날> 등 지역 커뮤니티 회복을 위한 기획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동부창고에서 문화 활동을 하는 청주시민들 (사진 제공 : 동부창고)

 

2019년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6, 8동은 전시, 공연, 마켓 등을 위한 이벤트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입니다. 시민 셀러들을 모집한 ‘2017 스프링마켓’, ‘2018 베스트셀러마켓’ 등 파일럿 행사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동부창고 일대를 축제 분위기로 물들이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37동은 영화 촬영장소로, 38동은 과거 담배공장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소수에 의해 기획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창고의 문을 활짝 개방한 동부창고에는 작년 한 해에만 8만 명의 시민이 방문했습니다.

 

동부창고 www.dbchangko.org


 

청년들이 주도하는 창업 실험장, 순천 <청춘창고>

 

(사진 출처 : 순천시 두근두근 순천여행 홈페이지 http://main.suncheon.go.kr/tour  )

 

순천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청춘창고’는 1961년 건립된 농협의 양곡창고였습니다. 1960년대는 농촌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정부가 관리하는 양곡 물량이 크게 증가하던 시기여서 창고 시설이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후 50년 이상 가격 안정과 적기 공급을 위해 곡식을 보관해온 창고였지만 정부의 수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쓸모를 잃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텅 비어있던 창고는 2015년 순천시가 일자리 사업을 위해 마련한 청년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취업보다는 창업하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을 계기로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빠른 속도로 ‘청년점포 추진협의회’가 결성되었고 ‘청춘창고’라는 명칭부터 장소 선정, 공간 디자인 등을 모두 청년들이 주도하여 결정했습니다. (관련 기사 : 중부매일 2018.09.11 80년된 미곡창고, 청년창업 허브·복합문화 공간 탈바꿈)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말 저녁의 청춘창고 (사진 : 김인경)

 

그렇게 리노베이션 과정을 거쳐 2017년 2월, 청춘창고가 문을 열었습니다. 복층 구조로 설계된 공간 아래층에는 작은 식당들이, 위층에는 공방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푸드코트처럼 각 점포에서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이나 계단식 객석에서 먹고 반납하면 됩니다. 이외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 ‘미팅큐브’와 문화공연이 열리는 ‘이벤트 스테이지’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청춘창고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창업 비용입니다. 임대료는 연 16만 원, 월 1만 원대로 파격적입니다. 초기 3개월은 공과금도 면제됩니다. 보증금, 권리금 없이 300~50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국 공모를 통해 입점이 결정되면 최대 2년까지 경험을 쌓은 뒤 독립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이점 덕분에 실력 있는 청년들이 모여들었고, 개성 있는 작은 식당과 멋스러운 공간에 매료되어 젊은 층뿐 아니라 인근 지역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합세해 주말마다 평균 2천여 명이 찾아오는 순천의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제로 청춘창고에서 입소문을 타고 크게 성공한 햄버거 가게가 순천대 앞에 본점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청춘창고의 ‘청춘’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성세대가 그리워하는 과거의 청춘이 아닌 현시대 청년들이 하루하루 치열하게 쌓아가는 지금의 청춘 말입니다.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기꺼이 창고의 문을 열어준 기관과 열정 넘치고 성실한 청년들이 만나 이제 양곡이 아닌 새로운 청년문화를 함께 쌓아가고 있습니다.

 

청춘창고 : chungchunbox.allplaces.kr


 

창작자들과 시골에서 문화 인프라 만들기, 남해 <돌창고 프로젝트>

 

 

1973년 남해대교가 놓이기 전, 경상남도 남해군은 섬이었습니다. 육지와 물자 교역이 불편해 시멘트가 귀했던 마을 사람들은 돌을 깨서 창고를 만들었습니다. 1960년대 당시 남해 곳곳에 지어진 돌창고들은 양곡과 비료를 저장하는 농협창고로 쓰였지만 50년이 지나 쓸모를 다하게 됩니다.

그렇게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돌창고의 가치를 알아본 건 헤테로토피아의 김영호, 최승용 공동대표였습니다. 도예가인 김대표와 문화콘텐츠 기획을 공부한 최대표는 2015년 ‘대정창고’와 ‘시문창고’를 매입한 후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아트 뮤지엄으로 개조했고, 2016년 7월 정식 오픈했습니다.

 

시골로 올까 말까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 문화생활이었어요.

서울에 있을 때 전시장 가는 거 좋아하고 연극 영화 보는 것 좋은데

여기 오면 힘들지 않을까? 그럼 내가 해버리자.

 

- 최승용 대표 인터뷰 중

(출처 : 디자인프레스 2018.09.12 문화공간이 된 창고, 남해 돌창고 프로젝트)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가면서 경제활동을 해보자!”는 목표로 시작된 돌창고 프로젝트는 현대미술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문창고 옆 농산물창고에 마련된 ‘돌창고 레지던스’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올 6월에서 11월까지 총 5명의 작가가 입주했습니다. 서울에서 온 청년 작가들은 주거 공간과 작업 공간, 작업비와 전시회 비용을 지원받으며 남해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펼쳤습니다. <잔구름 지점>, <동그라미 아래 일광욕> 등 2회의 그룹전시를 비롯해 작가들의 작업 공간에 일반 관람객을 초대하는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하였고, 약 6개월 동안의 예술 활동과 생활을 기록한 책 <남해에 그림 그리러 왔어요> 1, 2호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회의 중인 입주 작가들 모습(좌), 시문돌창고와 돌창고 레지던스(우)

 

더불어 지역사회와 교류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입니다. 레지던스 입주 작가들은 남해 인근 하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꾸준히 미술 교실을 열었고, 남해의 소규모 작업자들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아트 마켓 ‘돌장’도 달마다 개최하고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애매살롱’입니다. “애매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모임”이라는 독특한 소개말처럼, 다양한 주제, 다양한 사람들의 강연이 열립니다. 현지 농업인이 직접 남해의 대표 농산물인 마늘에 관해 이야기하는가 하면, 유명 요리사를 초청해 ‘먹고 사는 일’에 대하여 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레지던스 건물 1층에 있는 뮤지엄 카페가 미숫가루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돌창고의 주 수입원이 됐지만, 앞으로는 도자기를 비롯한 아트상품 판매, 출판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현지인이라면 무심하게 지나쳤을 돌창고의 보존 가치를 발견하고 남해에서 청년들이 매력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돌창고 프로젝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사진 제공 : 돌창고 프로젝트 dolchanggo.com


 

글·기획·편집  김인경

교정·교열  윤정아

발행  어떤생각이든 연구소

총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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