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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아카이브

 

2019-01-04 21:39:01  |  조회수 : 461  |  작성자: 지역혁신팀  |  정보공유_국내외사례

수제맥주와 지역혁신 - 강릉, 광주, 제주 브루어리 탐방

[국내 사례]

수제 맥주와 지역 혁신 - 강릉, 광주, 제주 브루어리 탐방

 

 

바야흐로 ‘지역 맥주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에는 지역 술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그 지역의 수제 맥주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오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수제 맥주 문화가 이태원과 홍대 인근을 벗어나 지역 곳곳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죠. ‘골목길 경제학자’ 연세대 모종린 교수의 브런치 글소도시에 2박 3일 여행자를 유치하려면’을 읽다가 어떤 지점에서 시선이 멈추었습니다.

 

미국 <아틀란틱 매거진(The Atlantic Monthly)>에서 꼽은 ‘성공한 소도시의 공통점 11개(Eleven Signs a City Will Succeed)’ 중 11번, ‘크래프트 비어를 생산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원문 : https://www.theatlantic.com/notes/2016/02/eleven-signs-a-city-will-succeed-contd/471654/)

 

로컬 브루어리들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기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지역에 뿌리 내리기 위한 노력들도 분명 있었을 테죠. 직접 찾아가 맥주 맛을 보며 인터뷰를 한 곳도 있고, 부득이하게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눈 곳도 있습니다.

 




강릉에서 만나는 가장 한국적인 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오래된 탁주 공장을 개조해 수제 맥주 양조장으로 삼았다는 것부터 지역과의 강한 연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을 풍경이 한창이던 강릉에서 버드나무 브루어리 조희동 매니저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은경 대표와는 서면으로 추가 인터뷰 하였습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펍은 번화가가 아닌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도 평일 낮, 맥주를 마시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강릉에서 브루어리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많은 브루어리들이 서울/경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도권 진출도 고려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비싼 임대료, 협소한 공간,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직면하고 지역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추구하는 ‘한국적 맥주’라는 지향점을 지역의 특성과 연관시킨다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강릉에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강릉 최초의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입니다. 강릉 사람들에게 다양한 맥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강릉에 여러 브루어리가 생겼고 펍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강릉 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어요. 브루어리가 알려지면서 여행객이 많은 주말을 피해 평일에만 오시는 것 같더니, 이제는 알아서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오십니다. 명절에 친지들이 오면 함께 와서 소개도 할 정도로 애정을 가져주십니다. 고향에 돌아와 일하는 분들도 있고, 이주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어 고객층도 다양해졌습니다.

1층은 손님을 맞고 맥주가 서브되는 공간(좌), 2층은 양조장 시절의 벽돌과 연구실 문 등을 살린 인테리어가 돋보인다(우) (사진 : 이힘찬)

 

예전에는 동네마다 있던 게 탁주 공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시들해지고 대형 탁주 공장이 생기면서 80, 90년 역사의 양조장들도 소리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양조장들을 재활용해 보자는 생각에 문 닫은 탁주공장을 수소문하게 되었고, 지금의 강릉 탁주 공장을 만나게 됐습니다. 역사가 끊어진 막걸리 공장을 맥주 공장으로 재탄생 시킨다면 강릉의 술 역사 또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강릉 탁주 공장 시절의 사진  (사진 제공 : 버드나무 브루어리)

 

지금 브루어리가 자리한 홍제동이라는 조용한 동네는 번화가와 떨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가치를 느낀다면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소셜미디어의 힘이고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했죠.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까워 외지 분들이 쉽게 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강릉 지역의 특색을 브루어리에 녹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맥주에 강릉 지역의 재료를 활용하고, 지역의 상징을 맥주의 이름에 사용함으로써 가장 본질적인 부분부터 강릉의 색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노리세션은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에서 생산되는 쌀이 들어갑니다. 즈므블랑은 즈므마을이라는 강릉의 동네 이름에서 따왔는데 '저무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백일홍 레드에일은 강릉의 시화(市花)인 백일홍의 붉은빛에서 착안한 것이죠. 파인시티(Pine)세종은 '솔향 강릉'이라는 슬로건처럼 소나무가 많은 강릉을 상징하고, 실제로 솔잎 추출액을 넣어 은은한 솔향이 납니다. 하슬라 IPA는 강릉의 옛말 '하슬라'에서 따왔는데요, 하슬라는 큰 바다라는 뜻입니다. 오죽 스타우트는 강릉의 오죽헌에 있는 검은 대나무들의 색과 검은빛의 스타우트 맥주가 잘 어울려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강릉 분들은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을 활용하는 것이나 강릉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부분이 상생하려는 노력이라고 좋게 봐주시고 있습니다. 여행객들도 강릉에 놀러 왔을 때 찾아온 브루어리가 지역색이 확실하다는 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고요.

 

버드나무 브루어리 샘플러  (사진 : 이힘찬)

 

이외에도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 많은 행사에 참여하신다고요.

강릉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는 대부분 참가하려고 합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에는 꼭 참가하고, 맥주 판매 수익금은 영화제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강릉문화재 야행 수제맥주 부스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강릉 시민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 할인(10~15%)이 있고요, 평일에 쓰지 않는 2층 공간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강릉시민, 강릉 소재 직장인 및 대학생을 포함한 5~20인, 월-목 오후 12시-저녁 7시)

 

올해는 달마다 특정 주제를 두고 책을 선정해 강릉의 ‘말글터’ 서점에 입고시킵니다. 매장에서 책을 사면 맥주 1잔을 무료로 드실 수 있어요.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하고 그 책에 맞는 맥주도 선정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지역 농산품을 활용한 브랜딩, 광주 무등산 브루어리

 

 

광주 지역의 특색을 멋지게 표현한 네이밍과 패키지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무등산 브루어리는 ‘애프터웍스’라는 펍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등산 브루어리 윤현석 대표와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광주에 브루어리와 펍을 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공공의 영역에서 문화기획 일을 하다가 2012년 창업을 했습니다. 지역 자원을 발굴해 문화관광 활성화, 경제 활성화, 공동체 활성화에 대해 연구하고 비전과 방향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010년도쯤 광주를 브랜딩하고 활성화하는 연구를 맡게 되었는데 광주가 밀과 보리를 많이 재배하고, 특히 전국에서 우리 밀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밀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수입 맥주 중에서 ‘호가든’과 같은 밀맥주가 인기 있다는 점, 제주개발공사가 제주의 보리와 물로 만든 맥주를 선보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창업 후에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 사업, 공간 기획, 지역 마케팅 등을 하다가 2014년 수제 맥주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이 통과된 것을 알게 되어 브루어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약 3년 간 제조 장소를 물색하고, 설비를 갖추고, 맥주 양조를 배웠습니다.

 

무등산 브루어리  (사진 제공 : 무등산 브루어리)

 

광주에 무등산 브루어리가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광주의 매력은 많지만 누구나 손꼽는 부분이 있다면 ‘맛’에 대한 가치입니다. ‘食’이라는 테마에서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술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직은 술이 가진 향락적 이미지나 기업 주도 시장의 영향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등 해결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가격의 맛있는 맥주, 거기에 우리 지역의 재료로 우리 지역에서만 만들어지는 맥주의 가치를 ‘문화적 가치’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청년 창업이 유통 소비, 서비스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마이크로 팩토리’ 혹은 소규모 제조업 분야에서 자기 기술과 노하우, 기획력을 가지고 창업한다면 마을과 지역에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봅니다.


 

광주·전남 지역의 특색을 브루어리에 녹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무등산 브루어리는 광주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국립공원인 무등산을 네이밍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맥주의 라인업도 지역의 특색을 반영했습니다. 광주 광산구에서 생산된 밀과 보리로 만든 광산밀맥주 ‘광산바이젠’, 지역의 실력 있는 커피 로스터와 함께 만든 ‘무술 스타우트’, 광주의 가장 대표적인 농산품인 ‘ 무등산수박’을 넣어 만든 워매 IPA 등이 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맥주에 첨가할 수 있는 지역의 농산품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현재 장성 사과, 화순 복숭아, 담양 딸기, 강진 발효차 등을 넣은 맥주를 기획하고 있고, 내년 가을에는 계절 맥주로 호박을 넣은 펌킨 에일 등을 생산하려고 합니다.


 

무등산 브루어리의 캔맥주(좌)와 마스코트 수달이 그려진 코스터(우)  (사진 제공 : 무등산 브루어리)


 

무등산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를 소개해주세요.

현재 6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맥주는 평화 페일에일과 워매 IPA입니다. 평화 페일에일이 출시된 날은 5월17일, 5.18민주화운동 전야여서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광주에서 처음 만들어진 페일에일 맥주로 깊이 있는 맛을 자랑합니다.

 

워매 IPA는 무등산수박을 넣은 첫 번째 맥주입니다. 수박을 뜻하는 워터멜론(watermelon)에서, 지역 사투리인 ‘워매~’를 붙여 이름을 지었습니다. IPA맥주 특유의 강한 홉향과 쓴맛이 느껴지고, 은은한 수박향의 마리아주가 일품입니다.



 

맥주 양조장을 제주의 문화공간으로, 제주맥주


 

강렬한 민트색 패키지에 담긴 제주 바다, 그 속에 퍼지는 감귤향으로 사랑받는 제주맥주. 지난 여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일명 연트럴파크)’에서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런칭해 육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제주맥주 마케팅팀이 인터뷰에 협조해 주셨습니다.

 

제주에서 브루어리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크래프트 맥주는 경험과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주도는 매년 1,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유입되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여행지로 제주도를 찾았을 때 제주맥주를 만나고,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자연스러운 플로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산과 바다와 올레길을 즐기듯이 맥주와 양조장을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려고 제주도를 선택했습니다. 입지 때문에 잃는 것도 있겠지만, 제주에서만 가질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것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주맥주라는 브랜드가 제주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주맥주는 제주 양조장을 중심으로 제주 관광 콘텐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자 합니다. 제주도는 수십 년 전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았고, 십년 전 부터는 올레길 열풍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호텔, 펜션, 식당 등 관광 인프라도 함께 증가했습니다만 이러한 하드웨어에 비해 제주를 대표하는 소프트웨어는 비례하여 늘어난 것 같지 않습니다.

제주맥주 양조장 (사진 제공 :  제주맥주)

 

이 부분을 제주맥주가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맥주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제주맥주 양조장 콘셉트도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맥주, 공간, 협업 등으로 지역 사회와 상생하면서 커가고자 합니다. 제품에 제주산 농작물을 첨가한 레시피를 개발할 뿐 아니라, 제주도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허브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고민하며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의 특색을 제주맥주에 녹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제주맥주의 맥주는 제주 토속 음식과의 페어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주 위트 에일은 방어회, 근고기, 흑돼지와 잘 어울리고, 제주 펠롱 에일은 한치 물회, 갈치 조림 같은 매콤하거나 차가운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맥주에 제주를 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제주 위트 에일에는 유기농 감귤 껍질이 들어가 향이 은은하고 맛이 산뜻합니다. 제주에서 나는 다양한 재료를 담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주를 모티브로 한 제주맥주 화투(좌)와 제주 해녀들이 쓰는 빗창을 모티프로 만든 오프너(우)  (사진 제공 : 제주맥주)

 

제주맥주 양조장에는 방문객의 눈길을 끄는 다양한 굿즈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주 지역 아티스트나 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작품들입니다. 특히 '빗창 오프너'는 해녀들이 물질할 때 주로 전복을 채취하기 위해 쓰는 도구 '빗창'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것입니다. 제주를 상징하는 해녀의 도구가 제주맥주 오프너로 재탄생한 셈입니다.

 

제주맥주의 대표 맥주를 소개해주세요.

대표 맥주는 제주 위트 에일입니다. 밀맥주 특유의 부드러움과 유기농 감귤 껍질의 은은한 향으로 산뜻한 끝맛이 매력적입니다. 패키지에는 제주의 해변을 상징하는 푸른 민트빛이 담겨있어 제주맥주를 만나는 모든 경험에서 제주를 느낄 수 있습니다. 2017년 8월 출시된 이후 제주에서만 판매하다가 올해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하여 편의점, 마트, 고깃집 등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주맥주 제주 위트 에일  (사진 제공 : 제주맥주)



 

(수제 맥주 제조 공정 자료 제작 도움 : 제주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

 

인터뷰를 하면서 지역으로 수제 맥주 브루어리가 확산된다는 건 맥주를 매개로 한 문화권이 만들어지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제 맥주 브루어리들은 지역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었고, 그 결과 지역색을 가진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냈죠. 지역민들과 여행객들을 연결해주는 브릿지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쏠려있던 거대한 트렌드를 벗어나 지역마다 문화와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흐름은, 대도시의 획일적이고 치열한 삶을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가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는 듯합니다.



 

글·일러스트  정희정

사진  이힘찬

기획  김주미

편집  김인경

교정·교열  윤정아

발행  어떤생각이든 연구소

총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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