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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아카이브

 

2018-12-24 16:13:51  |  조회수 : 351  |  작성자: 지역혁신팀  |  정보공유_도서리뷰

지방 도시 살생부, 축적의 길 - 지방 도시는 회복할 수 있을까

[정보 공유_도서 리뷰]

지방 도시 살생부, 축적의 길 - 지방 도시는 회복할 수 있을까?

 

2013년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가 파산했다 (사진 : 픽사베이 pixabay.com)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지만, 만일 역경을 잘 이겨낸다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This is very difficult for all of us, but if it’s going to make the citizens better off, then this is a new start for us.

- 디트로이트 시장 데이브 빙의 파산 발표 중(2013년 7월 18일)


 

20년 후 30%의 지자체 파산. 디트로이트의 이야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지방 도시들은 이미 빠르게 쇠퇴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약 230여 개의 시, 군, 구 중에서 반 이상이 이미 쇠퇴했거나 쇠퇴하고 있고, 나머지 20%도 쇠퇴 징후를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에서 지방 도시 쇠퇴는 이미 현실이며, 앞으로 20년 동안 지난 10년보다 더욱 쇠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방 도시 살생부」┃마강래 (개마고원)


 

<지방 도시 살생부>는 지방 도시 쇠퇴의 모든 것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 마강래는 지방 도시 쇠퇴 현상을 피부로 느끼기 위해, 수많은 지방 도시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풍경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 쇠퇴’라는 현실과 ‘메가트렌드’라는 흐름 그리고 ‘지방민의 삶’이라는 구체적 맥락을 연결하여, 지방 도시가 처한 상황을 책 안에 녹여냈습니다.

 

“지방 도시는 왜 쇠퇴했는가?”, “지방 도시는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입니다. 동시에 지방 도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부로 느끼고 머리로 고민했을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방 도시 살생부>를 토대로 지방 도시 쇠퇴의 원인, 과정, 다양한 시행착오에 대해서 짚어보고, 나아가 <축적의 길>의 내용을 더해 지방 도시 쇠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끝없이 쇠퇴하는 지방 도시, 원인은 경제다

 

2006년은 지방 도시 쇠퇴가 핵심 이슈로 불거지기 시작한 해입니다. 정부는 지방 도시 활성화를 위해 ‘도시재생사업단’을 꾸렸습니다. 도시 분야 대학교수,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업체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자리에서, 그들은 질문합니다. “쇠퇴란 무엇인가?”

 

도시의 쇠퇴는 ‘물리적 쇠퇴’, ‘인구적 쇠퇴’, ‘경제적 쇠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리적 쇠퇴는 “지역이 낡고 지저분해지고 빛이 바라는것”, 다시 말해 주택, 상가의 물리적 노후화를 의미합니다. 인구적 쇠퇴는 말 그대로 “도시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뜻하며, 인구 수 감소에 따른 ‘공동체 붕괴’, ‘범죄율 증가’도 “인구적 쇠퇴의 한 양상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끝으로 경제적 쇠퇴는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감소, 지역 경제 성장률 감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쇠퇴는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면서,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 있습니다. 세 가지 쇠퇴 중 근본 원인은 경제적 쇠퇴입니다. 경제적 쇠퇴가 발생하지 않아 일자리가 풍족하다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방 도시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는 물리적으로 낙후되지 않습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쇠퇴하여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1960년 한국의 산업화는 대도시가 주축이 되어 이루어졌습니다. 지방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점점 대도시로 이주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방 도시의 인구는 급감하였고, 물리적 노후화가 서서히 진행되었습니다. 지방 도시의 경제적 쇠퇴가 인구적 쇠퇴, 나아가 물리적 쇠퇴라는 결과를 낳은 셈입니다.


 

메가트렌드, 지방 도시를 덮치다

 

지방 도시 쇠퇴의 원인을 진단했지만, 지방 도시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megatrends) 때문입니다. 메가트렌드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를 뜻합니다. '저성장', '저출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OECD 국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 각국에서는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 도시가 더욱 낙후되었습니다.

 

'저성장'부터 살펴볼까요?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2%대 저성장 터널로 진입하자, 지방 도시뿐만 아니라 전 사회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부족한 자원을 가장 효율이 높은 곳에 투입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대도시의 효율은 지방 도시보다 높았고, 결국 대부분의 자본은 더욱 대도시로 쏠렸습니다. 그 결과 대도시와 지방 도시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진 : 언스플래쉬 unsplash.com)

 

고령화 문제도 대도시와 지방 도시 간 체감 온도가 다릅니다. 영국의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한국의 인구가 2030년부터 감소할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지방 도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사망, 저출산 같은 자연적 감소가 아닌 이주와 같은 사회적 감소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2018년 현재 지방 도시는 이미 20대, 30대 인구층이 거의 없고, 50대 이상 인구층이 비대합니다. 이미 현격한 고령화가 진행된 셈입니다.

 

아직은 체감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은 어떨까요? 한국고용정보원은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 단순노무직, 서비스업 등 자동화하기 쉬운 직종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지방 도시는 앞서 열거한 단순노무직, 서비스업 일자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지방 곳곳에 도입되면, 지방 도시의 일자리가 지금보다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메가트렌드는 지금까지 지방 도시의 쇠퇴를 빠르게 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지방 도시의 문제는 지방 도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 도시의 쇠퇴는 지자체 공공서비스의 효율성을 낮추고 결국 지방 재정을 크게 압박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인구가 줄어들어도 행정, 교육 등 기본 공공서비스는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지방정부는 부족한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끌어다 쓰게 되는데, 그 결과 대도시의 청년층, 중장년층이 지방 도시의 노년층을 부양하게 됩니다. 지방 도시 쇠퇴가 전 사회의 부담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2% 부족한 생존 전략, 산업단지와 지역 축제

 

지방정부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제 활성화에 있어 일자리와 소비 둘 다 빼놓을 수 없지만, 일자리 창출이 지역 경제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각 지자체에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전략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산업단지 추진’과 ‘지역 축제’가 그것입니다.

 

우선 지방 도시는 “산업단지” 추진에 심혈을 다했습니다. 그 이유는 산업단지가 제조업 일자리, 나아가 제조업 종사자를 위한 서비스업 일자리를 대폭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때문입니다. 산업단지란 지방 도시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었지요. 효과가 좋은 만큼 지방선거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산업단지 추진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 결과 “최근 6년 동안 200곳 이상의 산업단지가 새롭게 개발”(위의 책, p.111)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대부분 지방 산업단지는 기업 유치에 실패했고, 무더기 미분양이 발생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경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기업도 지방 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입주할 수 있는 기업은 적은데 반해, 지방 산업단지의 수는 우후죽순 늘어났습니다. 결국 대다수의 지자체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무리하게 기업을 유치하거나, 대규모의 예산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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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교통에서 지역 축제 광고를 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각 지자체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지역 축제 육성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축제가 성공하면 도시가 활성화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역 축제”와 같은 관광산업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지방 도시 살생부>를 쓴 마강래 교수는 지역 축제의 실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답사차 찾아가 보았을 때 쇠퇴도시의 관광지들은 70~80% 이상이 매우 한산한 분위기였다.”(p.120) 실제로 361개의 축제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건 화천의 산천어축제 뿐이었습니다. 마치 산업단지 사례처럼, 국내 관광객 숫자에 비해서 지역 축제가 지나치게 많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축제가 성공한 지방 도시에서도 여전히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인구는 빠져나갔습니다. 지역 축제가 사실상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 것입니다.


 

자립형 산업집적 모델로 꿈꾸는 지방 경제 활성화

 

지방 도시의 경제적 쇠퇴, 쇠퇴를 가속화하는 메가트렌드 그리고 매번 실패하는 경제 활성화 정책. 끝없는 쇠퇴를 실질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방 도시 살생부>의 저자 마강래 교수는 지방 도시 쇠퇴 극복을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자립형 산업집적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자립형 산업집적 모델은 지역의 산업, 학교, 연구소, 공공기관이 힘을 모아 지역 특색에 맞는 일자리를 육성하고 지방 도시 쇠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모델입니다. 외부 자본과 인력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의존형 산업집적 모델"과는 정반대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일본 후쿠이현의 사바에시를 들 수 있습니다. 사바에시는 인구 7만 명 정도로 매우 작지만, 그 위상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사바에시는 일본 내 99% 전 세계 20% 안경테를 공급하는, 세계 3대 안경 산지 중 하나입니다. 작은 도시 사바에가 세계적 안경 산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 특유의 향토애와 비밀주의를 기반으로, 꾸준히 안경 산업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사바에시 사례는 지방 도시 스스로 ‘자립형 산업집적 모델’을 구축하여, 지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쉽게도 <지방 도시 살생부>의 저자 마강래 교수는, 사바에시의 저력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세하게 파고들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자립형 산업집적 모델)을 해야 할지 알려줬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은 셈입니다. 해법을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은 허탈한 감정을 느낄 법한 지점입니다.


 

지방 도시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축적의 길」┃이정동 (지식노마드)

 

그래서 <축적의 길>이라는 또 다른 책을 가져왔습니다. <축적의 길>의 문제의식과 해결 방안이 <지방 도시 살생부>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축적의 길>은 이정동 교수가 대한민국 산업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술한 책으로, 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축적의 시간>의 후속작입니다. 이정동 교수는 저서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개념 설계 역량 -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 - 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지방 도시 쇠퇴를 논하다 대한민국 경제를 논하다니, 조금은 뜬금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침체 양상은 지방 도시 쇠퇴 양상과 유사합니다. 한국은 1998년 IMF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 기존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시행착오를 회피한 탓에, 독자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지 못했습니다.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 중반 지방자치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치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각 지자체는 지역 특색에 걸맞은 정책보다는 시류에 걸맞은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텅 빈 산업단지들과 황량한 축제들이 그 증거입니다.


 

경기가 늘 좋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나빠졌다면

단기적으로 발생한 문제 때문일 것이므로, 그 원인을 찾아 급히 고치면 된다.

그러나 수십 년간 추세적으로 나빠져 온 것이라면,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이정동 교수의 제언은 국가 경제를 향한 것이지만, 지방 도시 경제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방 도시의 접근법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방 도시 또한, 이정동 교수의 제언을 발판 삼아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도입해야 합니다. 지역에 직접 뛰어들어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끊임없이 실험해야 합니다. 충분한 시행착오와 경험이 축적되었을 때, 마강래 교수의 말처럼 “하나의 처방전으로 모든 지방 도시의 문제 해결”을 꾀하지 않고, 각 지방 도시에 걸맞은 해법을 도출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 언스플래쉬 unsplash.com)


 

너무 소심하고 까다롭게 자신의 행동을 고민하지 마라.

모든 인생은 실험이다. 더 많이 실험할수록 더 나아진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지방 도시의 쇠퇴는 더는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지방 도시의 경제는 이미 상당히 쇠퇴했으며 앞으로도 쇠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메가트렌드는 대도시보다 지방 도시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며, 지방 도시의 고통은 전 사회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20년 후 30% 지자체 파산", 가혹한 문제 진단을 끝내고 할 수 있는 건 꾸준한 시행착오와 경험 축적뿐입니다. 사바에시처럼, 앞으로 꾸준히 지역을 먹여 살릴 지역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부딪히며 실험해야 합니다. 실험은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지방 도시 쇠퇴로 지역 산업, 학교, 공공기관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때는 더욱 그렇지요.

 

지방 도시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을지도 모릅니다. 쇠퇴를 거스른 지방 도시의 자생은 다른 지방 도시의 자생, 나아가 한국 사회와의 공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생과 공멸이라는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지방 도시. 그 행보를 꾸준히 그리고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허석영

편집  김인경

교정·교열  윤정아

발행  어떤생각이든 연구소

총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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